「헬스장에 늘어선 러닝머신. 사진=Unsplash」
헬스장에 도착하면 러닝머신부터 오를까, 아니면 웨이트 기구 앞으로 갈까. 많은 사람이 별 고민 없이 습관대로 정하지만, 운동 생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의 순서는 같은 시간을 투자해도 결과를 다르게 만드는 중요한 변수다. 몸의 에너지 시스템이 순서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핵심은 우리 몸의 연료 창고인 글리코겐이다. 근력운동은 근육에 저장된 글리코겐을 주 연료로 쓰는 고강도 운동이다. 유산소운동을 먼저 길게 하면 이 글리코겐이 상당 부분 소모돼, 이후 근력운동에서 들어 올릴 수 있는 무게와 반복 횟수가 줄어든다. 근육에 충분한 자극이 가지 않으면 근력 향상 효과도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근육을 키우거나 근력을 높이는 것이 목표라면 근력운동을 먼저 하는 편이 유리하다. 에너지가 가장 충만한 상태에서 무거운 중량을 정확한 자세로 다룰 수 있고, 부상 위험도 줄어든다. 근력운동을 마친 뒤 20~30분 정도 가볍게 유산소운동을 더하면 회복을 돕는 마무리 운동 역할도 겸할 수 있다.
체지방 감량이 목표일 때도 근력운동을 먼저 하는 순서가 효율적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근력운동으로 글리코겐을 먼저 소모해 두면, 이어지는 유산소운동에서 지방을 연료로 사용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또 근력운동으로 근육량을 지켜야 기초대사량이 유지돼, 장기적으로 살이 잘 찌지 않는 몸을 만들 수 있다.
반대로 마라톤이나 등산처럼 지구력이 중요한 목표를 갖고 있다면 유산소운동을 먼저 하는 것이 맞다. 운동의 우선순위가 심폐 지구력에 있는 만큼, 가장 컨디션이 좋은 상태에서 달리기나 사이클 훈련의 질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근력운동은 그 뒤에 보조적으로 배치하면 된다.
두 가지를 같은 날 소화하기 어렵다면 요일을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어 월·수·금은 근력운동, 화·목은 유산소운동으로 분리하면 각 운동에 온전한 에너지를 쓸 수 있고 회복 시간도 확보된다. 어떤 방식이든 주당 근력운동 2회 이상, 중강도 유산소운동 150분 이상이라는 기본 권장량을 채우는 것이 우선이다.
순서와 무관하게 지켜야 할 원칙도 있다. 본운동 전에는 5~10분간 가벼운 동적 스트레칭과 준비운동으로 체온을 올리고, 운동 후에는 정리운동으로 심박수를 서서히 낮춰야 한다. 운동 중간에는 수분을 조금씩 자주 보충하고, 두 운동을 연달아 할 때는 사이에 짧은 휴식을 두어 심장에 급격한 부담이 가지 않도록 한다.
결국 가장 좋은 운동 순서는 자신의 목표에서 출발한다. 근육과 감량이 목표라면 근력운동 먼저, 지구력이 목표라면 유산소운동 먼저라는 큰 원칙을 기억하되, 무엇보다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고혈압이나 심장 질환 등 기저 질환이 있거나 운동 중 가슴 통증·어지럼증이 나타난다면, 운동 계획을 세우기 전에 반드시 전문의의 진단과 상담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