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는 특별한 장비 없이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가장 접근성 높은 운동이다. 사진=Unsplash」
운동을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가장 먼저 권하고 싶은 것은 거창한 헬스장 등록이 아니라 '걷기'다. 걷기는 특별한 장비도, 비용도, 배우는 시간도 필요 없다. 운동화 한 켤레와 나설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오늘 당장 시작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꾸준히 실천하면 심장과 혈관, 체중, 정신 건강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이득을 준다. 문제는 '그냥 걷는 것'과 '제대로 걷는 것'의 효과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는 점이다.
걷기의 건강 효과는 여러 연구를 통해 잘 알려져 있다. 규칙적인 걷기는 심폐 지구력을 높이고 혈압과 혈당 조절을 돕는다. 식사 후 가볍게 걷기만 해도 식후 혈당이 완만하게 오르도록 도와 당 대사에 이롭다. 또한 걷기는 햇볕과 바깥 공기를 쐬는 활동인 만큼, 스트레스 호르몬을 낮추고 기분을 끌어올리는 효과도 있다. 우울감이나 불안을 줄이는 데 가벼운 유산소 활동이 도움이 된다는 보고도 많다.
그렇다면 얼마나 걸어야 할까. 흔히 '하루 만 보'를 목표로 삼지만, 이 숫자는 과학적 기준이라기보다 과거 일본의 만보계 마케팅에서 비롯된 면이 크다. 최근 연구들은 하루 7,000~8,000보 수준에서도 사망 위험 감소 같은 건강 이득의 상당 부분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걸음 수에 집착하기보다는, 세계보건기구가 권하는 '주 150분 이상의 중강도 유산소'를 기준으로 일주일 단위로 채워 나가는 편이 현실적이다.
효과를 높이는 핵심은 '속도'다. 산책하듯 천천히 걷는 것보다 약간 숨이 차고 등에 살짝 땀이 밸 정도의 빠른 걸음이 심폐 기능 향상에 훨씬 효과적이다. 강도를 가늠하는 쉬운 방법은 '말하기 테스트'다. 걸으면서 대화는 가능하지만 노래를 부르기는 어려운 정도가 중강도에 해당한다. 처음부터 무리할 필요는 없고, 몇 분간 빠르게 걷다가 잠시 속도를 늦추는 식으로 강약을 섞으면 부담을 줄이면서 운동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자세도 효과와 안전을 좌우한다. 시선은 10~15m 앞을 보고 턱은 살짝 당긴다. 어깨와 목의 힘은 빼고 등은 곧게 편 상태를 유지한다. 팔은 자연스럽게 90도 정도로 굽혀 앞뒤로 가볍게 흔들면 추진력이 생긴다. 발은 뒤꿈치부터 닿은 뒤 발바닥 중앙을 거쳐 엄지발가락으로 지면을 밀어내듯 내딛는 것이 좋다. 보폭을 억지로 크게 벌리기보다는 발걸음 수를 늘리는 편이 무릎과 고관절에 부담을 덜 준다.
걷기의 가장 큰 장점은 일상에 끼워 넣기 쉽다는 데 있다. 한 번에 30분을 내기 어렵다면 10분씩 세 번으로 나누어도 효과는 비슷하다. 출퇴근길에 한두 정거장 미리 내려 걷기,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이용하기, 점심 식사 후 동료와 짧게 산책하기처럼 생활 속 틈을 활용하면 운동 시간을 따로 빼지 않고도 활동량을 늘릴 수 있다.
부상을 막으려면 몇 가지를 챙겨야 한다. 발에 잘 맞고 쿠션이 적당한 신발을 신고, 걷기 전후로 종아리와 허벅지, 발목을 가볍게 풀어 준다. 운동량은 갑자기 늘리지 말고 거리와 시간을 매주 조금씩만 늘리는 것이 안전하다. 더운 여름철에는 한낮을 피해 아침저녁 선선한 시간대에 걷고, 물을 충분히 마셔 탈수를 예방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걷기는 나이와 체력에 상관없이 누구나 자기 속도로 시작할 수 있는 평생 운동이다. 오늘 10분이라도 더 걷는 것이 내일의 건강을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다. 다만 걷는 도중 무릎이나 발목, 허리에 지속적인 통증이 느껴지거나 가슴 통증, 심한 어지럼증 같은 증상이 동반된다면 무리하게 운동을 이어 가지 말고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