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보석에 끌리는 본능, 600만 년 전 조상에게서 물려받았다

스페인 연구진, 침팬지 대상 수정 선호도 실험 돌멩이와 수정 섞어두자 수 초 만에 수정만 골라내 평소 보기 힘든 직선·평면 구조,투명함에 호기심 인류가 관상용으로 수정을 수집한 진화적 기원 규명


 [픽사베이]

반짝이는 다이아몬드나 투명한 수정 같은 보석에 시선을 빼앗기는 것은 인간의 오랜 본능이다. 약 78만 년 전 초기 인류의 유적지에서는 도구나 무기로 쓰이지 않은 수정이 다수 발견된다. 쓸모없는 돌덩이처럼 보이지만 유독 수정을 정성껏 모았던 조상들의 수수께끼를 풀 단서가 유인원 실험에서 나왔다.

스페인 산세바스티안 도노스티아 국제물리학센터(DIPC)의 후안 마누엘 가르시아-루이즈 교수 연구진은 인간과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유인원인 침팬지가 일반 돌과 수정을 명확히 구별하고 수정에 강한 애착을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4일 국제 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사이콜로지(Frontiers in Psychology)’에 발표했다. 인간과 침팬지는 약 600만~700만 년 전에 공통 조상에서 갈라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사람 손에 길들여진 침팬지 두 그룹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첫 번째 실험에서 커다란 수정과 비슷한 크기의 일반 돌을 나란히 놓자, 침팬지들은 곧바로 일반 돌을 무시하고 수정에만 관심을 보였다. 침팬지들은 수정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특정 각도에서 관찰했고, 한 침팬지는 이를 자신의 잠자리까지 가져가기도 했다. 연구진이 이 수정을 다시 회수하기 위해 바나나와 요구르트 같은 간식과 맞바꿔야 할 정도였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20개의 둥근 자갈 더미 속에 작고 투명한 석영(수정)을 비롯해 모양이 다른 황철석, 방해석 결정을 섞어두었다. 침팬지들은 단 몇 초 만에 자갈 속에서 결정들을 골라냈다. 특히 한 암컷 침팬지는 결정들을 입에 물고 나무 판자로 가져가 투명도와 대칭성, 광택에 따라 종류별로 분류하기까지 했다. 연구진은 침팬지가 보통 물건을 입으로 옮기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이를 수정을 귀중품으로 여겨 숨기려는 행동으로 해석했다.

침팬지들이 유독 수정에 끌린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진은 구름이나 나무, 강물처럼 주로 곡선으로 이루어진 자연환경과 달리, 평평한 표면과 직선으로 이루어진 자연계 유일의 다면체 구조인 수정의 독특한 형태에 이끌린 것으로 분석했다.

가르시아-루이즈 교수는 “침팬지들이 눈높이로 수정을 들어 올리고 그 너머를 꿰뚫어 보며 극도의 호기심을 보였다”며 “침팬지가 수정에 강하고 자연스럽게 끌리는 모습은 인간의 미적 감각과 세계관의 진화적 뿌리가 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이제 인간이 최소 600만 년 전부터 마음속에 수정을 품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