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공식품 섭취 증가는 장 질환 발생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염증성장질환은 특히 어린 나이에 발병했을 때 더 긴 병의 경과와 심한 증상을 동반하는 경향이 있다.
“젊은 나이라 괜찮을 줄 알았는데, 병원에 가보니 ‘크론병’이라고 하더군요. 이게 평생 관리해야 한다는 말이 막막했습니다.”
최근 젊은 층에서 빠르게 늘어나는 질병 중 하나가 ‘염증성장질환(IBD)’이다. 단순한 장염이나 스트레스성 복통이라 넘기기 쉽지만, 조기에 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 생활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매년 5월 19일은 ‘세계 염증성장질환의 날(World IBD Day)’이다.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으로 대표되는 염증성장질환은 한 번 발병하면 완치는 어려워 평생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다.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차재명 교수는 “특히 20~30대 젊은 연령층에서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어,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5년 새 환자 30% 증가…4명 중 1명은 20~30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염증성장질환 환자는 2019년 약 7만 명에서 2023년 9만2천여 명으로 약 30% 늘었다. 이 중 4명 중 1명(25.8%)은 20~30대였다. 차 교수는 “가공식품 위주의 식사, 불규칙한 생활, 스트레스 등 생활환경 변화가 장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질환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조기 진단이 늘어난 것도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염증성장질환은 소화관에 만성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주요 증상은 복통, 설사, 혈변, 체중 감소 등으로, 초기에는 단순 장염이나 과민성장증후군으로 오인하기 쉽다. 차 교수는 “복통이나 설사가 4주 이상 지속되거나 혈변, 체중 감소, 빈혈 등이 동반된다면 반드시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젊은 나이에 반복적으로 장염 증상이 나타난다면, 단순한 장 트러블이 아닐 수 있다.
염증성장질환 vs. 과민성장증후군…자가 진단은 금물
염증성장질환은 장에 염증이 생기는 기질적 질환이고, 과민성장증후군은 장에 구조적 이상은 없지만 기능적 장애가 있는 질환이다. 겉보기에는 증상이 유사해 혼동되기 쉽지만, 두 질환은 완전히 다르다.
과민성장증후군은 체중 감소나 혈변, 영양 흡수 장애가 없고, 밤에는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반면 염증성장질환은 영양 상태까지 영향을 미치며 전신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정확한 감별을 위해서는 내시경, 혈액검사, 대변검사 등 전문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염증성장질환은 증상이 나빠지는 활동기와 호전되는 관해기를 반복한다. 차 교수는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치료해 점막 치유를 유도하면 장 손상을 줄이고 삶의 질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치료는 증상에 따라 항염증제, 면역조절제, 생물학적 제제, 소분자 치료제 등이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생물학적 제제는 효과가 뛰어나지만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개별 상황에 맞춘 치료 계획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단순 증상 조절을 넘어, 내시경 검사상 점막이 회복된 상태나 염증 지표가 정상화된 상태(‘바이오마커 관해’)를 목표로 치료 전략이 고도화되고 있다.
투병 기간 길 수록 경과 안좋아…청년층 환자, 더 적극적인 치료 필요
염증성장질환은 특히 어린 나이에 발병했을 때 더 긴 병의 경과와 심한 증상을 동반하는 경향이 있다. 차 교수는 “청소년기에는 영양 결핍이나 성장 장애, 학업 중단 등 추가적인 문제가 함께 나타날 수 있다”며 “복통, 설사, 체중 감소가 계속된다면 가능한 빠르게 진단받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염증성장질환은 외견상 멀쩡해 보여 타인의 이해를 받기 어려운 질환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만성 피로, 우울증, 자존감 저하 등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차 교수는 “염증성장질환은 단순히 장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며 “학업, 사회생활, 심리적 건강 등 전 영역에 영향을 주는 만큼, 조기 진단과 꾸준한 치료, 사회의 이해가 함께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