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 가동성이 확보되면 뒤꿈치를 붙인 채 깊은 스쿼트가 가능하다. 사진=Unsplash」
스쿼트를 하다 보면 내려갈수록 뒤꿈치가 슬그머니 들리거나, 상체가 앞으로 심하게 쏠리고, 무릎이 안쪽으로 모이는 사람이 많다. 흔히 하체 힘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발목이 충분히 접히지 않아 생기는 경우가 상당수다. 발목의 움직임이 막히면 몸은 어떻게든 내려가기 위해 다른 관절을 끌어다 쓰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무릎과 허리로 옮겨간다.
여기서 말하는 발목 움직임은 발등을 정강이 쪽으로 당기는 동작, 즉 발목 배측굴곡이다. 쪼그려 앉기, 계단 내려가기, 걷기의 마지막 구간까지 일상 동작 대부분이 이 움직임에 기대고 있다. 정상적으로는 무릎을 굽혔을 때 정강이가 발끝보다 10cm 안팎 앞으로 나갈 만큼 접혀야 하는데, 굽 있는 신발을 오래 신거나 종일 앉아 지내면 종아리 근육과 아킬레스건이 짧아져 이 범위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
내 발목 상태는 벽 하나로 확인할 수 있다. 벽에서 발끝을 한 뼘(약 10~12cm) 떨어뜨리고 뒤꿈치를 바닥에 붙인 채 무릎을 벽에 닿게 밀어본다. 뒤꿈치가 들리거나 무릎이 벽에 닿지 않으면 가동성이 부족한 것이다. 반대로 여유 있게 닿는다면 발을 조금씩 더 멀리 두며 한계 거리를 확인한다. 좌우 차이가 크다면 그쪽 무릎이나 허리에 통증이 있었는지도 함께 떠올려 볼 만하다.
발목이 굳으면 몸은 세 가지 방식으로 보상한다. 뒤꿈치를 들어 발목 각도를 억지로 만들거나, 무릎을 안쪽으로 모아 정강이가 앞으로 나가는 것처럼 보이게 하거나, 허리를 둥글게 말아 상체를 숙여 무게중심을 맞춘다. 셋 다 당장은 동작이 되지만 무릎 앞쪽과 허리 아래쪽에 반복적인 부담을 준다. 무릎 통증으로 스쿼트를 포기했던 사람이 발목을 풀고 나서 통증 없이 앉을 수 있게 되는 사례가 많은 이유다.
회복의 첫 단계는 종아리를 늘리는 것이다. 다만 무릎을 편 채 늘리는 익숙한 스트레칭만으로는 부족하다. 무릎을 펴면 표면의 큰 종아리 근육(비복근)이, 무릎을 굽히면 그 아래 깊은 근육(가자미근)이 늘어나는데, 발목이 접히는 범위를 실제로 좌우하는 것은 후자인 경우가 많다. 벽 짚고 종아리 늘리기를 할 때 뒷다리 무릎을 편 자세로 30초, 살짝 굽힌 자세로 30초씩 번갈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두 번째는 관절 자체를 움직여 주는 것이다. 한쪽 무릎을 꿇고 앞발을 세운 자세에서 뒤꿈치를 붙인 채 무릎을 발끝 방향, 새끼발가락 방향으로 천천히 밀었다 돌아오기를 10~15회 반복한다. 앞쪽 발목이 접히는 느낌이 나야 하며, 종아리가 당기는 것보다 발목 앞쪽이 눌리는 느낌이 강하면 발등 위에 손바닥으로 가볍게 체중을 실어 발목 관절을 뒤로 눌러 주면서 움직이면 한결 부드러워진다.
세 번째는 늘어난 범위를 실제로 쓰는 것이다. 스트레칭만 하고 끝내면 몸은 새 범위를 기억하지 못한다. 문틀이나 기둥을 잡고 뒤꿈치를 붙인 채 천천히 깊게 앉았다 일어나기를 5~8회 반복하면, 확보된 발목 각도 안에서 무릎과 엉덩이가 제 역할을 하도록 다시 배우게 된다. 처음에는 뒤꿈치 아래에 얇은 책이나 원판을 받쳐 각도를 보조하고, 익숙해지면 조금씩 낮춰 가는 방법도 좋다.
이 세 가지를 합쳐도 5분이면 충분하다. 운동 전 준비 동작으로 하거나 저녁에 앉아서 해도 좋다. 굽 높은 신발을 자주 신는다면 집에서는 맨발로 지내는 시간을 늘리고, 발가락을 벌렸다 오므리거나 발바닥으로 공을 굴리는 습관을 곁들이면 발 전체의 움직임이 살아나 발목도 함께 부드러워진다. 몇 주만 꾸준히 해도 벽 테스트 거리가 달라지는 것을 스스로 확인할 수 있다.
다만 발목을 접을 때 관절 앞쪽이 날카롭게 찝히듯 아프거나, 과거 발목을 삔 뒤 붓기와 불안정한 느낌이 남아 있거나, 한쪽만 유독 굳어 있고 무릎·허리 통증이 동반된다면 단순한 근육 단축이 아니라 관절이나 인대 문제일 수 있다. 이런 경우 스트레칭으로 밀어붙이기보다 정형외과나 재활의학과 전문의의 진단을 먼저 받는 것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