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복잡할수록 몸을 먼저 움직여라… 스트레스 호르몬을 낮추는 '운동'의 과학

스트레스가 쌓이면 몸은 코르티솔을 분비하고, 근육 긴장·불면·식욕 변화로 이어진다. 적당한 강도의 운동이 스트레스 반응을 어떻게 진정시키는지, 상황별로 어떤 운동을 얼마나 해야 하는지 정리했다.

공원에서 스트레칭으로 하루의 긴장을 푸는 모습

「공원에서 스트레칭으로 하루의 긴장을 푸는 모습. 사진=Unsplash」

마감이 코앞인데 일은 손에 잡히지 않고, 밤에는 잠이 오지 않고, 어깨는 늘 돌처럼 굳어 있다. 많은 사람이 이런 상태를 '마음의 문제'로만 여기지만, 스트레스는 몸에서 먼저 일어나는 생리 반응이다. 위협을 감지하면 뇌는 부신에 신호를 보내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을 분비하게 하고, 심박수와 혈압이 오르며 근육은 긴장한다. 원래는 눈앞의 위험에서 도망치기 위해 설계된 반응인데, 현대인의 스트레스는 도망칠 대상이 없어 이 상태가 하루 종일 이어진다는 것이 문제다.

코르티솔이 장기간 높게 유지되면 몸 곳곳에서 신호가 나타난다. 잠들기 어렵거나 새벽에 자주 깨고, 단 음식과 기름진 음식이 유난히 당기며, 복부에 지방이 쌓이기 쉬워진다. 근육의 회복 속도가 느려져 운동 효과도 떨어지고, 면역 기능이 흔들려 감기에 자주 걸리기도 한다. 목과 어깨, 턱 주변 근육이 자기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 두통이나 이 악물기로 이어지는 경우도 흔하다.

이 악순환을 끊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가 운동이다. 몸을 움직이면 처음에는 코르티솔이 잠시 오르지만, 운동이 끝난 뒤에는 기준선 아래로 내려가고 이 효과가 몇 시간 동안 지속된다. 동시에 기분을 안정시키는 세로토닌과 엔도르핀, 뇌세포의 성장을 돕는 물질의 분비가 늘어난다.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은 같은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코르티솔 반응 자체가 작아지는데, 몸이 '긴장했다가 회복하는 연습'을 반복하면서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다만 강도가 중요하다. 스트레스로 이미 지쳐 있는 상태에서 고강도 운동을 오래 하면 오히려 코르티솔이 더 높아지고 회복이 늦어진다. 스트레스 완화가 목적이라면 대화가 가능한 정도의 중강도 유산소 운동이 가장 효과적이다. 빠르게 걷기, 가벼운 조깅, 자전거, 수영을 20~30분 정도 하는 것이 기준이 된다. 특히 야외에서 하는 운동은 햇빛과 자연 풍경이 더해져 실내 운동보다 긴장 완화 효과가 크다는 보고가 많다.

머리가 복잡해 잠을 못 자는 유형이라면 저녁에 몸의 긴장을 풀어주는 운동이 잘 맞는다. 필라테스나 요가처럼 호흡에 맞춰 천천히 움직이는 운동은 흥분 상태의 교감신경을 가라앉히고 휴식을 담당하는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한다. 특히 내쉬는 숨을 들이쉬는 숨보다 길게 가져가는 호흡을 동작에 결합하면 심박수가 안정되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잠자리에 들기 2~3시간 전에 마치는 것이 좋고, 땀이 흠뻑 나는 운동은 오히려 각성을 높일 수 있으니 피한다.

반대로 화가 나거나 답답한 감정이 쌓이는 유형이라면 근력운동이 도움이 된다. 무게를 들거나 몸을 버티는 동작은 그 순간 근육에 온전히 집중하게 만들어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을 잠시 끊어준다. 운동 후 근육이 이완되면서 얻는 나른한 편안함도 크다. 주 2~3회, 큰 근육을 쓰는 스쿼트·런지·팔굽혀펴기 같은 동작 위주로 30분 안팎이면 충분하다. 다만 수면이 부족하거나 극도로 피곤한 날에는 무게를 줄이고 가볍게 마무리하는 편이 낫다.

바쁜 날에는 긴 운동을 못 해도 짧은 움직임이 스트레스 반응을 끊어준다. 긴장이 올라온다고 느껴질 때 자리에서 일어나 5분만 걷거나, 계단을 두어 층 오르내리거나, 목과 어깨를 크게 돌리는 것만으로도 굳어 있던 근육이 풀리고 호흡이 깊어진다. 하루 두세 번 이런 짧은 움직임을 끼워 넣는 것이 저녁에 몰아서 하는 운동 못지않게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핵심은 '스트레스를 느낄 때 몸을 움직인다'는 연결 고리를 만드는 것이다.

운동이 스트레스 관리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만능은 아니다. 운동을 해도 몇 주 넘게 불면, 무기력, 식욕 변화, 가슴 두근거림이 이어지거나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힘들다면 스트레스를 넘어선 문제일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혼자 버티기보다 정신건강의학과나 내과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운동은 치료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회복을 돕는 든든한 동반자라는 점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