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 힌지 자세로 바벨을 들어 올리는 모습. 사진=Unsplash」
바닥에 놓인 상자를 무심코 들어 올리다, 세탁 바구니를 옮기다, 아이를 안아 올리다 허리를 삐끗했다는 이야기는 주변에서 흔하게 듣는다. 무거운 무게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가벼운 물건을 들다 다치는 경우가 더 많다. 문제는 무게가 아니라 방식이다. 무릎을 편 채 허리를 둥글게 구부려 드는 습관은 허리 디스크와 주변 근육에 순간적으로 큰 부담을 집중시킨다.
허리뼈(요추)는 본래 큰 힘을 내는 관절이 아니라 몸통을 안정적으로 지탱하는 구조물에 가깝다. 반면 고관절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크고 강한 관절 중 하나로, 엉덩이와 허벅지 뒤쪽의 대근육이 붙어 있어 무거운 것을 드는 일에 최적화돼 있다. 물건을 들 때 허리가 아니라 고관절이 일하게 만드는 동작 원리가 바로 \u0027힙 힌지(hip hinge)\u0027다. 힌지는 경첩이라는 뜻으로, 문이 경첩을 축으로 열리듯 상체를 고관절을 축으로 접었다 펴는 움직임을 말한다.
힙 힌지의 핵심은 \u0027허리 숙이기\u0027와 \u0027엉덩이 접기\u0027를 구분하는 것이다. 허리를 숙이면 등이 둥글게 말리고 엉덩이는 제자리에 있다. 반대로 힙 힌지는 등을 곧게 유지한 채 엉덩이를 뒤로 밀어내면서 상체가 자연스럽게 기울어진다. 무릎은 살짝 굽히되 스쿼트처럼 깊이 앉지는 않는다. 거울 옆에서 두 동작을 번갈아 해보면 차이가 분명하게 보인다. 등이 곧고 엉덩이가 뒤로 빠져 있다면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 연습할 때는 막대기나 긴 우산을 등 뒤에 세로로 대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막대기가 뒤통수, 등 가운데, 엉덩이 세 지점에 동시에 닿도록 유지하면서 엉덩이를 뒤로 밀어 상체를 기울인다. 동작 중 세 지점 중 하나라도 막대기에서 떨어지면 허리가 굽었거나 과하게 젖혀졌다는 신호다. 하루 10회씩 두세 세트만 반복해도 몸이 올바른 궤적을 기억하기 시작한다.
또 하나의 요령은 \u0027벽 터치\u0027 연습이다. 벽에서 한 뼘 정도 앞에 등을 돌리고 서서, 엉덩이를 뒤로 밀어 벽에 닿게 한다. 닿으면 엉덩이와 허벅지 뒤쪽 힘으로 일어선다. 익숙해지면 벽과의 거리를 조금씩 늘린다. 이 과정에서 허벅지 뒤쪽(햄스트링)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느낌이 든다면 고관절이 제대로 접히고 있다는 증거다.
동작이 몸에 익으면 일상에 그대로 적용한다. 바닥의 물건을 들 때는 물건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서서, 엉덩이를 뒤로 빼며 내려가 물건을 몸에 붙인 뒤, 엉덩이 힘으로 일어선다. 이때 시선은 정면보다 약간 아래를 향하고, 배에 가볍게 힘을 주어 몸통을 단단하게 만든다. 물건을 든 채 몸을 비트는 동작은 특히 위험하므로, 방향을 바꿀 때는 허리가 아니라 발을 움직여 몸 전체로 돌아선다.
힙 힌지는 부상 예방을 넘어 운동 능력의 기초이기도 하다. 데드리프트, 케틀벨 스윙 같은 대표적인 하체 운동이 모두 힙 힌지를 뼈대로 삼고, 잘 쓰이는 고관절은 오래 앉아 일하는 사람들의 뻣뻣한 하체와 처진 엉덩이 근육을 깨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 주 2~3회, 맨몸 힙 힌지에 가벼운 덤벨이나 물병을 더해가는 것만으로도 엉덩이와 허벅지 뒤쪽이 눈에 띄게 단단해진다.
다만 이미 허리 통증이 있는 상태라면 무리한 연습은 금물이다. 통증이 다리로 뻗어 내려가거나 저림이 동반되는 경우, 혹은 물건을 든 뒤 통증이 며칠 이상 지속되는 경우에는 자세 교정만으로 해결하려 하지 말고 전문의의 진단을 먼저 받는 것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