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 위에서 다리를 뻗어 햄스트링을 늘리는 스트레칭. 사진=Unsplash」
선 자세에서 무릎을 편 채 상체를 숙였을 때 손끝이 바닥에서 한 뼘 이상 떠 있다면, 허벅지 뒤쪽 근육인 햄스트링이 상당히 짧아져 있다는 신호다. 햄스트링은 골반 아래쪽에서 무릎 뒤까지 이어지는 큰 근육으로, 걷기·달리기·계단 오르기 등 하체 움직임 대부분에 관여한다. 문제는 이 근육이 오래 앉아 있는 생활에 특히 취약하다는 점이다. 의자에 앉으면 무릎이 굽혀진 상태로 고정돼 햄스트링이 짧아진 길이에 적응해 버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원래 길이로 늘어나는 능력을 잃는다.
굳은 햄스트링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허벅지에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햄스트링은 골반 아래쪽(좌골)에 붙어 있어, 짧아지면 골반을 아래로 끌어당겨 뒤로 기울게 만든다. 골반이 뒤로 기울면 허리의 자연스러운 커브가 사라지고, 앉거나 물건을 들 때 허리 근육과 디스크가 받는 부담이 커진다. 허리가 늘 뻐근한 사람 중 상당수가 정작 허리가 아니라 햄스트링이 굳어 있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상체를 숙일 때 골반이 따라 돌지 못하면 그 움직임을 허리가 대신 떠안게 된다.
유연성이 떨어진 햄스트링은 부상 위험도 키운다. 짧아진 근육은 갑작스러운 동작에서 늘어날 여유가 없어, 달리기나 공놀이 중 흔히 겪는 허벅지 뒤쪽 근육 손상으로 이어지기 쉽다. 또 무릎 뒤쪽을 지나가는 근육인 만큼, 굳으면 무릎을 완전히 펴는 동작이 제한돼 걸음걸이까지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늘려야 할까. 가장 기본은 바닥에 앉아 한쪽 다리를 뻗고 상체를 숙이는 스트레칭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등을 둥글게 말지 않는 것이다. 등이 굽은 채 손끝만 발에 가까워지는 것은 허리를 늘리는 것이지 햄스트링을 늘리는 것이 아니다. 가슴을 편 상태에서 고관절을 접는다는 느낌으로 상체를 숙여야 허벅지 뒤쪽에 당기는 느낌이 정확히 온다. 무릎은 살짝 여유를 두고, 통증이 아니라 시원하게 당기는 정도의 강도에서 20~30초간 유지한다.
누워서 하는 방법도 허리에 부담이 적어 초보자에게 좋다.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한쪽 다리를 천장으로 들어 올린 뒤, 수건이나 밴드를 발바닥에 걸고 몸 쪽으로 살짝 당긴다. 반대쪽 다리는 바닥에 붙인 채 무릎을 편 상태를 유지하면 골반이 고정돼 햄스트링만 정확히 늘어난다. 좌우 각각 20~30초씩, 2~3회 반복하면 충분하다.
스트레칭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타이밍이다. 근육이 차가운 상태에서 강하게 늘리면 오히려 미세 손상이 생길 수 있으므로, 가볍게 걷거나 제자리 움직임으로 몸을 데운 뒤 늘리는 것이 안전하다. 반동을 주며 튕기듯 늘리는 방식은 근육의 방어 수축을 유발해 효과가 떨어지고 부상 위험만 키운다. 천천히, 호흡을 내쉬면서 조금씩 범위를 넓히는 것이 정석이다.
하루 중 스트레칭 시간을 따로 내기 어렵다면 생활 습관부터 바꿔보자. 50분 앉아 있었다면 일어나 1~2분 걷기, 서서 통화하기, 의자에 앉은 채 한쪽 다리를 앞으로 뻗고 상체를 살짝 숙이기 같은 작은 동작만으로도 햄스트링이 짧은 길이에 굳어지는 것을 늦출 수 있다. 유연성은 하루아침에 좋아지지 않지만, 매일 조금씩 반복하면 몇 주 안에 손끝이 바닥에 가까워지는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다만 다리를 뻗거나 상체를 숙일 때 허벅지 뒤쪽이 아니라 종아리나 발끝까지 저림이 뻗치는 느낌이 든다면, 단순히 근육이 굳은 것이 아니라 신경 문제일 가능성도 있다. 스트레칭 후 통증이 오히려 심해지거나 허리 통증이 다리로 퍼지는 증상이 계속된다면 자가 운동에 의존하지 말고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