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후 찾아오는 근육통은 대부분 자연스러운 회복 과정이다. 사진=Unsplash」
오랜만에 운동을 한 다음 날, 계단을 내려가려는데 허벅지가 말을 듣지 않는다. 앉았다 일어설 때마다 신음이 나오고, 팔을 들어 머리를 감기도 버겁다. 정작 운동한 당일에는 멀쩡했는데 하루 이틀이 지나서야 통증이 몰려오는 이 현상을 지연성 근육통이라고 부른다. 영어 약자로 DOMS(Delayed Onset Muscle Soreness)라 하며, 보통 운동 후 12~24시간 사이에 시작해 24~72시간에 정점을 찍고 5~7일 안에 사라진다.
과거에는 이 통증의 원인을 근육에 쌓인 젖산으로 설명했지만, 지금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젖산은 운동을 멈추고 한두 시간이면 대부분 정리된다. 지연성 근육통의 실체는 근섬유와 그 주변 결합조직에 생긴 아주 미세한 손상, 그리고 이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염증 반응에 가깝다. 특히 근육이 늘어나면서 힘을 쓰는 동작, 즉 신장성 수축에서 두드러진다. 계단을 오를 때보다 내려올 때, 아령을 들어 올릴 때보다 천천히 내릴 때 다음 날 더 아픈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아픈 것은 운동을 잘했다는 증거일까. 절반만 맞는 말이다. 근육통은 몸이 익숙하지 않은 자극을 받았다는 신호일 뿐, 운동 효과의 크기를 재는 눈금은 아니다. 실제로 같은 프로그램을 몇 주 반복하면 근력은 계속 늘어도 통증은 거의 사라진다. 몸이 그 자극에 적응했기 때문이다. 아프지 않다고 해서 운동이 헛되었다고 생각할 필요도, 통증을 얻기 위해 일부러 강도를 올릴 필요도 없다.
문제는 모든 운동 후 통증이 안전한 근육통은 아니라는 점이다. 구분의 기준은 몇 가지로 정리된다. 지연성 근육통은 근육의 배 부분에 넓게 퍼지듯 뻐근하고, 양쪽이 대체로 대칭이며, 움직이거나 누를 때 심해지고 가만히 있으면 잦아든다. 반대로 부상은 특정 한 지점이 콕 집히듯 아프고, 한쪽에만 나타나며, 가만히 있어도 욱신거린다. 운동 도중 뚝 하는 소리나 찌릿한 느낌이 있었다면 근육통이 아니라 손상을 의심해야 한다.
다음과 같은 신호가 있으면 회복을 기다리지 말고 운동을 멈추는 편이 낫다. 관절이 붓거나 열이 나는 경우, 통증 때문에 관절을 정상 범위로 굽히거나 펼 수 없는 경우, 저림이나 감각 저하가 동반되는 경우, 일주일이 지나도 통증이 줄지 않는 경우다. 특히 격한 운동 후 근육이 심하게 붓고 소변 색이 콜라처럼 진해진다면 횡문근융해증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으로, 지체 없이 병원을 찾아야 한다.
평범한 지연성 근육통이라면 회복의 핵심은 완전한 휴식이 아니라 가벼운 움직임이다. 아프다고 하루 종일 누워 있으면 오히려 뻣뻣함이 길어진다. 통증이 있는 부위를 쓰되 강도를 크게 낮추는 방식, 즉 가벼운 걷기나 실내 자전거, 관절을 크게 움직이는 낮은 강도의 운동이 혈류를 늘려 회복을 돕는다. 아픈 부위를 부드럽게 마사지하거나 폼롤러로 천천히 풀어주는 것도 통증 체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수분과 단백질, 그리고 잠도 회복의 재료다. 근섬유를 복구하려면 원료가 필요하므로 끼니마다 단백질 반찬을 챙기고, 탈수 상태에서는 회복이 더뎌지므로 물을 평소보다 조금 더 마신다. 근육 복구에 관여하는 호르몬 상당수가 깊은 잠 동안 분비되므로 수면 시간을 줄이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반면 통증을 없애려고 소염진통제를 습관적으로 먹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통증은 줄여줄지 몰라도, 근육이 적응하며 강해지는 과정 자체를 무디게 만들 수 있다.
애초에 심한 근육통을 피하고 싶다면 강도를 한 번에 올리지 않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운동 시간이나 무게, 횟수를 한 주에 10퍼센트 안팎씩 늘리고, 새로운 종목을 시작할 때는 첫 주를 적응 기간으로 삼아 절반 수준에서 시작한다. 운동 전 가벼운 동적 준비운동으로 체온을 올리고, 끝난 뒤에는 5분 정도 천천히 정리하며 마무리하는 습관도 도움이 된다.
근육통은 몸이 변화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잠시 지나가는 손님에 가깝다. 다만 손님과 침입자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통증의 위치와 성격, 지속 기간을 살펴 평소와 다르다고 느껴진다면 무리해서 참고 견디기보다 운동을 잠시 멈추는 것이 낫다. 통증이 심하거나 일주일 이상 이어진다면, 혹은 붓기와 저림이 함께 나타난다면 반드시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