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은 뇌 혈류를 늘려 기억력과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사진=Unsplash」
운동이 몸에 좋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운동의 효과가 근육과 심장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최근 뇌과학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연구 주제 중 하나가 바로 운동과 뇌 기능의 관계다. 규칙적인 신체 활동이 기억력과 집중력을 끌어올리고, 나이가 들면서 진행되는 인지 기능 저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꾸준히 쌓이고 있다.
핵심 원리는 혈류에 있다.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같은 유산소 운동을 하면 심박수가 올라가면서 뇌로 가는 혈액량이 늘어난다. 혈액은 산소와 영양분을 실어 나르는 통로이므로, 뇌 혈류가 늘어난다는 것은 곧 뇌세포가 일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운동 직후 머리가 맑아지고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는 경험은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라 생리적인 변화의 결과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라는 단백질이 등장한다. BDNF는 뇌세포의 성장과 생존을 돕고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을 튼튼하게 만드는 물질로, 흔히 '뇌의 비료'에 비유된다. 유산소 운동을 하면 이 BDNF 분비가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가 이 물질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해마는 나이가 들수록 조금씩 위축되는 경향이 있는데, 꾸준히 운동한 사람은 해마 부피가 상대적으로 잘 유지된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돼 있다.
그렇다면 어떤 운동을 얼마나 해야 할까. 뇌 건강을 위해서라면 숨이 약간 차고 대화는 가능한 정도, 즉 중강도 유산소 운동이 기본이 된다. 빠르게 걷기, 가벼운 조깅, 자전거, 수영, 등산이 모두 해당한다. 세계보건기구가 권고하는 성인 신체 활동 기준인 '주당 150분 이상의 중강도 유산소 운동'을 기준으로 삼으면 된다. 하루 30분씩 주 5회면 충분히 채울 수 있는 양이다.
한 번에 몰아서 하는 것보다 꾸준히 나눠서 하는 편이 낫다. 뇌에 대한 운동 효과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반복된 자극이 쌓이면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시간을 내기 어렵다면 10분씩 세 번으로 쪼개도 좋다. 출퇴근길에 한두 정거장 먼저 내려 빠르게 걷기, 점심 식사 후 15분 산책,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이용처럼 일상 속 움직임을 늘리는 것부터 시작하면 부담이 적다.
근력운동을 병행하면 효과는 더 커진다. 근력운동은 유산소 운동과는 다른 경로로 뇌를 자극하며, 특히 중년 이후에는 근육량 유지가 혈당 조절과 혈관 건강으로 이어져 간접적으로도 뇌를 보호한다. 또 스쿼트나 런지처럼 균형과 협응이 필요한 동작, 새로운 동작을 배우는 과정 자체가 뇌에는 좋은 자극이 된다. 같은 운동이라도 실내보다 공원처럼 변화가 많은 환경에서 하면 감각 자극이 더해져 효과적이라는 견해도 있다.
반대로 몸을 움직이지 않는 생활은 뇌에도 손해다. 오래 앉아 있는 습관은 뇌 혈류를 떨어뜨리고, 수면의 질과 기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앉아 있는 시간이 긴 사람일수록 한 시간에 한 번은 일어나 몸을 움직여 주는 것이 좋다. 운동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낮추고 수면의 질을 높이는데, 좋은 수면은 그날 배운 내용을 장기 기억으로 정리하는 시간이라는 점에서 운동과 수면은 뇌 건강의 두 축이라 할 수 있다.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낀다면 책상 앞에서 걱정만 하기보다 일단 몸을 움직여 보자. 뇌를 위한 투자 중 운동만큼 비용이 적게 들고 부작용이 없는 방법은 드물다. 다만 기억력 저하가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하거나 빠르게 진행된다고 느껴진다면, 운동만으로 해결하려 하지 말고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