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잔디 위를 걷는 모습. 사진=Unsplash」
서 있고, 걷고, 뛰는 모든 순간 우리 몸의 무게를 가장 먼저 받아내는 곳은 발이다. 한쪽 발에만 26개의 뼈와 30개가 넘는 관절, 100개 이상의 근육과 인대가 모여 있다. 그중에서도 발바닥 안쪽에 활처럼 솟아 있는 ‘아치’는 체중을 분산하고 지면의 충격을 흡수하는 천연 스프링 역할을 한다. 이 구조가 무너지면 충격이 그대로 발목과 무릎, 골반, 허리로 전달된다.
문제는 현대인의 발이 하루 종일 신발 속에 갇혀 지낸다는 점이다. 쿠션이 좋은 신발은 편안하지만, 그만큼 발바닥의 작은 근육들이 일할 기회를 빼앗는다. 오래 쓰지 않은 근육이 약해지듯, 발의 내재근이 약해지면 아치를 지탱하는 힘도 서서히 떨어진다. 평발이 아니었던 사람도 나이가 들며 아치가 낮아지는 ‘후천성 편평족’ 경향이 나타날 수 있는 이유다.
아치가 무너지면 신호는 발이 아닌 다른 곳에서 먼저 오는 경우가 많다. 발이 안쪽으로 무너지면 무릎이 따라 돌아가면서 무릎 안쪽에 부담이 쌓이고, 골반이 앞으로 기울며 허리의 곡선도 달라진다. 오래 걸으면 무릎이 시큰거리거나, 서 있기만 해도 허리가 뻐근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자신의 발 모양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신발 밑창이 유독 안쪽만 닳아 있다면 발이 보내는 경고일 수 있다.
내 발 상태를 확인하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발을 물에 적신 뒤 마른 종이 위에 올라서 보는 것이다. 발자국에서 발바닥 안쪽 곡선이 거의 남지 않고 폭이 좁게 찍히면 아치가 살아 있는 것이고, 발바닥 전체가 넓게 찍히면 아치가 낮아졌을 가능성이 있다. 거울 앞에 맨발로 서서 안쪽 복사뼈 아래가 불룩하게 무너져 보이는지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발 근육을 깨우는 대표 운동은 ‘짧은발 운동’이다. 의자에 앉아 발을 바닥에 평평하게 두고, 발가락을 구부리지 않은 채 발바닥 앞부분을 뒤꿈치 쪽으로 살짝 끌어당긴다는 느낌으로 아치를 들어 올린다. 발이 한 치수 작아지는 듯한 모양이 되면 성공이다. 5초간 유지하고 풀기를 10회, 하루 2~3세트면 충분하다. 익숙해지면 서서, 나중에는 한 발로 서서 해보면 강도가 올라간다.
수건과 발가락을 이용한 운동도 효과적이다. 바닥에 수건을 펴고 발가락으로 수건을 조금씩 끌어당기는 ‘수건 당기기’, 엄지발가락만 들어 올리거나 반대로 엄지만 바닥에 붙이고 나머지 네 발가락을 들어 올리는 ‘발가락 분리 운동’은 평소 거의 쓰지 않는 발의 작은 근육들을 자극한다. 처음에는 발가락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아 당황할 수 있지만, 그만큼 그 근육이 잠들어 있었다는 뜻이다.
잔디밭이나 모래사장처럼 부드럽고 안전한 바닥에서의 맨발 걷기도 발 근육 훈련에 도움이 된다. 맨발로 걸으면 발바닥의 감각 수용기가 깨어나면서 균형 감각이 자극되고, 신발이 대신해 주던 충격 흡수를 발의 근육이 직접 수행하게 된다. 다만 딱딱한 아스팔트나 이물질이 있는 곳은 피하고, 당뇨병 등으로 발 감각이 둔한 사람은 상처 위험이 있어 맨발 걷기를 삼가는 것이 좋다.
일상 습관도 함께 점검하자. 굽이 높거나 볼이 지나치게 좁은 신발은 발가락의 움직임을 막고 아치에 부담을 준다. 오래 서서 일하는 날에는 틈틈이 발가락을 꼼지락거리고, 집에서는 테니스공이나 골프공을 발바닥으로 지그시 굴려 뭉친 발바닥 근막을 풀어주는 것도 좋다. 발은 하루 몇 분의 관심만으로도 달라지는 부위다.
다만 아침 첫걸음에 뒤꿈치가 찌릿하게 아픈 통증이 반복되거나, 발 변형이 눈에 띄게 진행되고 무릎·허리 통증이 계속된다면 운동만으로 해결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 족저근막염이나 구조적인 문제일 수 있으므로, 증상이 심하거나 오래간다면 정형외과 등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