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둔근을 깨우는 대표 운동, 브릿지. 사진=Unsplash」
하루 대부분을 의자에서 보내는 현대인의 몸에서 가장 먼저 기능을 잃는 근육은 뜻밖에도 엉덩이다. 둔근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크고 힘이 센 근육이지만, 앉아 있는 동안에는 체중에 눌린 채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이런 상태가 매일 반복되면 뇌와 근육 사이의 연결이 둔해져, 정작 움직여야 할 순간에도 둔근이 제대로 수축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재활운동 분야에서는 이를 흔히 '둔근 기억상실증'이라고 부른다.
문제는 둔근이 잠들면 그 일을 다른 부위가 떠맡는다는 점이다. 걷거나 계단을 오르거나 물건을 들어 올릴 때 엉덩이가 내야 할 힘을 허리와 햄스트링, 무릎이 대신 내게 된다. 원래 설계된 역할보다 과한 부담을 지는 셈이라, 시간이 지나면 허리 통증과 무릎 불편감으로 이어지기 쉽다. 원인은 엉덩이에 있는데 통증은 다른 곳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정작 둔근 약화를 의심하는 경우는 드물다.
내 둔근이 잠들어 있는지 간단히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선 자세에서 한쪽 엉덩이에 힘을 줘 단단하게 조여 보는 것이다. 힘이 들어가는 느낌이 모호하거나 좌우 차이가 크다면 신호로 볼 수 있다. 또 걸을 때 엉덩이가 아니라 허벅지 앞쪽만 피로해지는 경우, 오래 서 있으면 허리가 먼저 뻐근해지는 경우, 계단을 오를 때 엉덩이 힘을 쓰는 감각이 없는 경우도 둔근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잠든 둔근을 깨우는 가장 대표적인 운동은 브릿지다. 바닥에 누워 무릎을 세우고 발을 골반 너비로 벌린 뒤, 엉덩이를 조이면서 골반을 천천히 들어 올린다. 이때 핵심은 허리를 꺾어 올리는 것이 아니라 엉덩이 힘으로 미는 것이다. 올린 상태에서 2~3초 멈춰 둔근의 수축을 느끼고 천천히 내려온다. 10~15회씩 2~3세트, 허리가 아닌 엉덩이에 자극이 오는지를 계속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브릿지가 익숙해지면 동작을 조금씩 확장한다. 옆으로 누워 무릎을 굽힌 채 위쪽 무릎만 조개처럼 벌리는 클램셸은 엉덩이 옆쪽 근육을 깨우는 데 효과적이고, 네발기기 자세에서 한쪽 다리를 뒤로 뻗어 올리는 동작은 둔근 전체를 고르게 자극한다. 어느 동작이든 반동을 쓰지 않고 천천히, 엉덩이에 힘이 들어가는 감각을 확인하며 하는 것이 횟수를 늘리는 것보다 중요하다.
운동만큼 중요한 것이 앉아 있는 시간 자체를 끊어 주는 일이다. 아무리 좋은 운동을 해도 나머지 시간 내내 둔근을 눌러 두면 효과가 반감된다. 30분에서 1시간에 한 번은 자리에서 일어나 잠깐 걷고, 서 있는 동안 엉덩이를 5초씩 조였다 푸는 습관을 들이면 좋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오르는 것도 둔근에 자연스러운 자극을 주는 좋은 방법이다.
둔근이 다시 일하기 시작하면 변화는 생각보다 넓게 나타난다. 골반이 안정되면서 허리에 실리던 부담이 줄고, 걷기와 달리기의 추진력이 좋아지며, 오래 서 있어도 쉽게 지치지 않는다. 자세가 바로 서면서 뒤태 라인이 달라지는 것은 덤이다. 큰 근육이 움직이는 만큼 에너지 소비가 늘어 체중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다만 이미 허리나 무릎, 엉덩이 부위에 뚜렷한 통증이 있는 상태라면 운동으로 무리하게 밀어붙이기보다 원인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순서다. 통증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다리 저림이 동반된다면 정형외과나 재활의학과 전문의의 진단을 받은 뒤, 자신의 상태에 맞는 운동 처방을 따르는 것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