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걷기는 특별한 장비 없이 시작할 수 있는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이다. 사진=Unsplash」
만보기 앱을 보며 하루 걸음 수를 채우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걷기 운동의 효과를 좌우하는 것은 걸음 수보다 '속도'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같은 30분을 걷더라도 천천히 산책하듯 걷는 것과 숨이 약간 찰 정도로 빠르게 걷는 것은 심폐 기능, 혈당·혈압 관리, 체지방 감소 효과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느린 걷기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지만, 운동 효과를 기대한다면 강도를 한 단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빠르게 걷기의 기준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걸으면서 대화는 가능하지만 노래를 부르기는 어려운 정도, 숨이 약간 차고 등에 살짝 땀이 배는 정도가 적당하다. 속도로 환산하면 시속 5.5~6.5km, 10분에 약 1km를 걷는 페이스다. 스마트워치나 스마트폰의 걷기 속도 측정 기능을 활용하면 자신의 평소 페이스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속도가 중요한 이유는 운동 강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빠르게 걸으면 심박수가 올라가면서 심장과 폐가 더 많은 일을 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심폐 지구력이 향상된다. 또 큰 근육인 하체 근육이 활발히 움직이며 혈액 속 포도당을 소비해 식후 혈당 조절에도 도움이 된다. 규칙적인 빠르게 걷기가 혈압 관리와 심혈관 건강에 긍정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효과를 제대로 얻으려면 자세가 뒷받침돼야 한다. 시선은 10~15m 앞을 향하고, 턱은 가볍게 당긴다. 어깨는 힘을 빼고 팔꿈치를 90도 정도로 굽혀 앞뒤로 자연스럽게 흔든다. 발은 뒤꿈치부터 닿아 발바닥 전체를 거쳐 엄지발가락으로 밀어내듯 걷는다. 보폭을 무리하게 넓히기보다 걸음의 회전수를 높이는 것이 관절에 부담이 적다.
처음부터 30분 내내 빠르게 걸을 필요는 없다. 평소 속도로 5분 걷고 빠르게 3분 걷기를 번갈아 반복하는 방식으로 시작해, 빠르게 걷는 구간을 조금씩 늘려가는 것이 좋다. 이런 변속 걷기는 지루함을 줄이면서 운동 강도를 자연스럽게 높여준다. 일주일에 5일, 하루 30분 정도의 빠르게 걷기를 목표로 잡으면 충분하다.
걷기 전후의 관리도 중요하다. 걷기 전에는 발목 돌리기, 종아리 스트레칭, 가벼운 제자리 걷기로 몸을 데우고, 걷기가 끝난 뒤에는 속도를 서서히 줄이며 5분 정도 천천히 걷는 정리 과정을 거친다. 쿠션이 적당하고 발에 잘 맞는 운동화를 신는 것만으로도 무릎과 발목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한여름에는 시간대 선택도 신경 써야 한다. 요즘 같은 폭염에는 한낮보다 이른 아침이나 해가 진 저녁에 걷는 것이 안전하며, 걷기 전후로 물을 충분히 마시는 습관이 필요하다. 실외 걷기가 어려운 날에는 대형마트나 실내 트랙, 트레드밀을 활용해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걷는 중 무릎이나 고관절, 발바닥에 통증이 반복되거나 가슴 답답함, 심한 어지럼증이 나타난다면 운동 강도가 몸 상태와 맞지 않다는 신호일 수 있다. 증상이 계속되면 무리해서 걷기를 이어가지 말고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 원인을 확인한 뒤 운동 계획을 조정하는 것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