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근육량은 자연스럽게 줄지만, 규칙적인 저항운동은 그 속도를 늦춘다. 사진=Unsplash」
체중계 위 숫자는 1년 전과 거의 같은데 몸은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 계단을 오르면 유난히 숨이 차고, 장을 보고 온 날은 팔이 후들거린다. 체중이 그대로라면 몸은 그대로여야 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몸 안에서 조용한 교체가 일어나고 있을 수 있다. 근육이 빠진 자리를 지방이 채우는 변화다. 이렇게 근육량과 근력이 정상 범위 아래로 떨어진 상태를 근감소증(sarcopenia)이라고 부른다.
근육량은 대개 30대 중후반을 정점으로 서서히 감소하기 시작한다. 감소 속도는 개인차가 크지만, 특별한 관리 없이 지내면 해마다 조금씩 줄어들고 50대 이후에는 그 속도가 빨라지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이 과정이 통증이나 뚜렷한 증상 없이 진행된다는 점이다. 어느 날 갑자기 근육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몇 년에 걸쳐 조금씩 빠지기 때문에 스스로 알아차리기 어렵다.
몇 가지 신호는 비교적 알아채기 쉽다. 예전에 들던 무게의 물건이 무겁게 느껴지거나, 페트병 뚜껑이나 병뚜껑을 여는 데 힘이 부친다면 손아귀 힘이 떨어진 것일 수 있다. 걷는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져 일행보다 뒤처지거나, 의자에서 일어설 때 손으로 무릎이나 팔걸이를 짚는 습관이 생겼다면 하체 근력이 약해졌다는 뜻이다. 종아리 둘레가 예전보다 확연히 가늘어진 것도 참고할 만한 단서다. 이런 변화가 여러 개 겹친다면 한 번쯤 점검해 볼 시점이다.
근육이 줄면 단순히 힘이 약해지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근육은 몸에서 포도당을 가장 많이 쓰는 조직이라, 근육량이 줄면 같은 양을 먹어도 혈당 조절이 불리해진다. 기초대사량도 함께 떨어져 체중 관리가 어려워지고, 몸을 지탱하는 힘이 약해지면 균형을 잃었을 때 버티지 못해 넘어질 위험도 커진다. 나이가 들수록 낙상 한 번이 회복에 오랜 시간을 요구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근육은 일종의 예비 체력이자 안전장치인 셈이다.
다행히 근육은 나이와 상관없이 자극에 반응한다. 핵심은 저항운동, 즉 근육에 부하를 주는 운동이다. 걷기나 자전거 같은 유산소 운동은 심폐 건강에 좋지만 근육량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주 2~3회, 회당 20~30분이라도 큰 근육을 쓰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스쿼트, 런지, 앉았다 일어서기, 밴드를 이용한 당기기·밀기 동작처럼 허벅지와 엉덩이, 등 근육을 함께 쓰는 동작을 우선순위에 두면 좋다.
운동이 처음이라면 기구보다 자기 체중을 이용한 동작부터 시작하는 편이 안전하다. 의자에 앉았다가 손을 쓰지 않고 일어서기를 10회씩 2~3세트, 벽을 짚고 하는 팔굽혀펴기, 발뒤꿈치 들었다 내리기 같은 동작이면 충분한 출발점이 된다. 익숙해지면 반복 횟수를 늘리기보다 가벼운 아령이나 저항 밴드로 강도를 조금씩 올리는 것이 근육 성장에 유리하다. 마지막 두세 번이 살짝 힘든 정도가 적절한 강도의 기준이다.
운동만큼 중요한 것이 단백질 섭취다. 나이가 들면 같은 양의 단백질을 먹어도 근육으로 만들어지는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젊을 때보다 신경 써서 챙길 필요가 있다. 하루 총량을 채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침·점심·저녁에 고르게 나눠 먹는 편이 근육 합성에 유리하다. 아침을 빵이나 시리얼로 간단히 때우는 습관이 있다면 달걀, 두부, 요거트, 콩류 등을 한 가지 추가하는 작은 변화만으로도 하루 배분이 크게 달라진다. 다만 신장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단백질 섭취량을 임의로 늘리지 말고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체중 감량을 목표로 무리하게 식사량을 줄이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급격한 다이어트는 지방과 함께 근육까지 빼앗아 가는데, 빠진 체중을 다시 회복할 때는 지방이 먼저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체중은 원래대로여도 근육 비율은 더 낮아지는 악순환이 생긴다. 체중계 숫자 하나에 매달리기보다 체성분 변화와 근력의 변화를 함께 살피는 편이 훨씬 현실적인 지표다.
근감소증은 하루아침에 생기지도, 하루아침에 회복되지도 않는다. 대신 몇 달 단위로 꾸준히 쌓으면 분명한 변화가 나타나는 영역이기도 하다. 오늘 앉았다 일어서기 10회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다. 다만 최근 몇 달 사이 체중이 뚜렷한 이유 없이 줄었거나, 걷는 속도와 근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면 다른 원인이 숨어 있을 수 있으므로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 보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