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 위에 오래 머무는 손목은 생각보다 많은 부담을 견딘다. 사진=Unsplash」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마우스를 쥐고, 이동 중에는 스마트폰을 붙잡고, 집에 와서는 태블릿으로 영상을 본다. 하루 동안 손목이 쉬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다. 처음에는 저녁 무렵 손목이 뻐근한 정도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엄지·검지·중지 끝이 저릿하거나 아침에 손이 뻣뻣하게 굳은 느낌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손목 안쪽에는 뼈와 인대가 만든 좁은 통로, 이른바 '손목터널(수근관)'이 있다. 이 안으로 손가락을 굽히는 힘줄 여러 개와 손바닥 감각을 담당하는 정중신경이 함께 지나간다. 손목을 위로 꺾거나 아래로 굽힌 자세가 오래 이어지면 통로 안 압력이 높아지고, 힘줄 주변 조직이 붓으면서 신경이 눌리기 쉬운 환경이 된다. 손끝 저림이 밤이나 새벽에 심해진다면 이런 압박 신호일 수 있다.
가장 먼저 점검할 것은 책상 앞 자세다. 키보드를 칠 때 손목이 위로 꺾여 있지는 않은지, 손목 아랫부분을 책상 모서리에 걸친 채 버티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자. 팔꿈치는 90~100도 정도로 편하게 굽히고, 아래팔과 손등이 거의 일직선이 되도록 의자 높이와 키보드 위치를 맞추는 것이 좋다. 키보드 뒷다리를 세워 경사를 높이면 오히려 손목이 더 꺾일 수 있으니 평평하게 두는 편이 낫다. 마우스는 몸 가까이 두고 손목만이 아니라 팔 전체로 움직이는 습관을 들인다.
업무 중에는 50분에 한 번, 3분만 손목에 시간을 내자. 첫째, 손목 굽힘근 스트레칭이다. 한쪽 팔을 앞으로 뻗어 손바닥이 앞을 향하게 손끝을 위로 세운 뒤, 반대 손으로 손가락을 몸 쪽으로 부드럽게 당겨 15~20초 유지한다. 둘째, 손목 폄근 스트레칭이다. 같은 자세에서 손등이 앞을 향하도록 손끝을 아래로 내리고 손등 쪽을 몸 쪽으로 당긴다. 양쪽을 번갈아 2~3회씩 하면 아래팔 안팎이 고르게 풀린다.
셋째는 '힘줄 미끄럼 운동'이다. 손가락을 쭉 편 상태에서 시작해, 손가락 끝만 갈고리처럼 구부리기, 주먹 쥐기, 손가락을 편 채 손바닥과 직각으로 접기, 손끝을 손바닥 아래쪽에 대는 깊은 주먹 순서로 천천히 반복한다. 손목터널 안을 지나는 힘줄이 제 길을 따라 부드럽게 움직이도록 돕는 동작으로, 5회 정도 반복하면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두 손을 가볍게 털어 긴장을 풀고 마무리한다. 어떤 동작이든 저림이 심해지거나 찌릿한 통증이 생기면 그 범위에서 멈춰야 한다.
운동할 때도 손목은 자주 혹사당한다. 플랭크, 푸시업, 필라테스 매트 동작처럼 손바닥으로 바닥을 짚고 체중을 싣는 자세는 손목을 90도 가까이 꺾은 상태에서 하중을 받는다. 이때 손바닥 가운데가 아니라 손가락 뿌리와 손바닥 바깥 둘레, 특히 엄지와 검지 쪽으로 바닥을 고르게 밀어내면 손목 한 지점에 몰리는 부담을 나눌 수 있다. 손목이 아프다면 주먹을 쥔 채 짚거나, 팔꿈치를 대고 하는 변형 동작으로 바꾸는 것도 방법이다.
손목을 지키려면 손목만 볼 것이 아니라 아래팔과 어깨까지 함께 챙겨야 한다. 아래팔 근육이 굳어 있으면 손목을 움직일 때마다 힘줄이 더 팽팽하게 당겨지고, 어깨가 말리고 등이 굽은 자세는 팔 전체를 앞으로 끌어내 손목 각도를 더 나쁘게 만든다. 가벼운 물병을 쥐고 손목을 천천히 들었다 내리는 운동이나, 고무공을 부드럽게 쥐었다 펴는 동작은 아래팔 근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통증이 있을 때는 강화보다 휴식과 스트레칭을 먼저 한다.
스마트폰 사용 습관도 바꿔볼 만하다. 한 손으로 폰을 쥐고 엄지로만 화면을 넘기는 자세는 엄지와 손목 바깥쪽 힘줄에 반복 부담을 준다. 가능하면 두 손으로 들고, 오래 볼 때는 거치대를 활용해 손이 폰을 '들고 있지 않아도' 되게 만드는 것이 좋다. 잠들기 직전 누워서 폰을 위로 들고 보는 습관 역시 손목과 어깨를 함께 긴장시킨다.
대부분의 손목 뻐근함은 자세를 바로잡고 틈틈이 풀어주는 것만으로도 한결 가벼워진다. 그러나 손끝 저림이 몇 주 이상 이어지거나, 밤에 저림 때문에 자주 깨거나, 단추를 채우거나 물건을 집을 때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든다면 단순 피로가 아닐 수 있다. 증상이 심하거나 오래간다면 자가 관리에만 의존하지 말고 정형외과나 재활의학과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